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해' 뒤늦은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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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해' 뒤늦은 감상문

이제야 영화에 대한 감상글을 남기며..
 

< 이제 그만 끝낼까 해 > 낯선 귀가, 무너진 경계..

 
영화를 보고 나서, 곧장 글을 쓰지 못했다. 입이 얼은 것처럼, 마음이 말라붙은 것처럼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 분명히 이야기가 있었다. 한 여자가 남자친구와 그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눈 덮인 시골길에서.. 근데 그건 이야기의 겉모습일 뿐이었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공간은 무너지며, 말은 의미를 잃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제이크의 머릿속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어떤 외로움은 너무 깊어서 형용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이상하게 외롭고, 조용하고, 무겁다. 그리고 끝내 뭔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냥 그 감정을 가만히 느끼도록 만든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라는 말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끝내지 못한 감정들이 더 선명해진다. '끝내고 싶다'는 말은, 사실 '계속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의미 같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날카롭게 박힌 건 중간에 낭독되는 시 < Bonedog > 였다.
"집에 오는 건 끔찍하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움으로 침묵한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그 말은 왠지 익숙했다. 어딘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 도착했지만 낯선 장소처럼 느껴지는 이질적인 공간. 그리고  그곳에 놓인 자신. 영화는 결국 한 남자의 깊은 고독이 만든 긴 몽상 혹은 마지막 혼잣말 같았다. 장면은 현실이 아니었고, 그는 '돌아오는 중이 아니라 사라지는 중'이었다.
 
이 영화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인 것 같다. 보면서 느껴지는 당혹감, 외로움, 혼란스러움. 그게 다 이 영화의 진짜 말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마음속 어딘가의 낯선 방 하나를 열었다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는 느낌의- 그런데 그 방이 자꾸 생각나는 그런... 알 수 없는 거.
 
그래서, 나에게 이 영화는... 
꽤 불편했고, 어려웠다. 그런데 오래 남는다.
지금도 문득문득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시가 생각나고, 그 말이 입에 맴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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