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속 '본도그'라는 시

집에 오는 건 끔찍하다
개가 얼굴을 핥든 말든
아내가 있든
아내 형상의 외로움만 기다리고 있든
집에 오는 건 끔찍하게 외롭다
그렇기에 조금 전까지 머문 곳의 억압적인 기압을
애틋한 마음으로 떠올린다
집에 오면 모든 게 더 나빠지니까
풀 줄이게 달라붙은 해충을 생각한다
도로에서의 오랜 시간
길가 차량 지원, 아이스크림
어떤 구름의 특이한 모양
돌아오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움으로 침묵한다
집에 오는 건
너무 지독하다
가정식 침묵과 구름은
단지 전신 권태에만 기여한다
그런 구름은 사실 수상쩍다
네가 두고 간 것과는 다른 재료로 만들어졌다
너 자신도 다른 흐린 천에서 잘려졌고
돌아왔고
싸게 처분됐고
달빛을 못 받았고
돌아오는 게 불행했고 엉뚱한 곳들에서 태만했다
솔기 있는 정장은 행주처럼 추레하고 낡았다
집으로 돌아온다
달에 착륙하듯
낯설게
지구의 중력
두 배가 된 노력
구두끈을 질질 끌고
어깨를 당기며
걱정의 스탠자를 이마에 더 깊이 새긴다
어둠이 깔린 집으로 돌아온다
메마른 우물은 연약한 가닥에 의해
내일로 이어진다
어쨌든
같은 날들의 맹공격에 한숨 쉰다
한 번에 하나씩이면 좋겠다
그래 어쨌든, 넌 돌아왔다
해는 지친 창녀처럼 오르락내리락하고
날씨는 부러진 사지처럼 미동이 없는데
넌 계속해서 늙어 가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지만
네 몸속 소금의 조수만 움직인다
네 시야는 흐리다
넌 네 날씨를 지니고 다닌다
커다란 대왕고래, 골격의 어둠
넌 돌아온다
투시력을 가지고
네 눈은 갈망이 되었다
넌 돌연변이 선물을 들고 집으로 온다
뼈의 집으로
지금 네가 보는 건
전부
뼈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작중 인물의 자작시 '본도그'
정말 집에 가고싶지 않게 만드는 시다. 이 영화는 좀 불친절하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권하기도 곤란한 영화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 잘 느끼고 싶다. 그래서 그들의 대사를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아도...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느끼던 것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확신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