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펜과 노트/2025

2020.05.01 본가에서

Lee S.G. 2020. 9. 26. 16:26

: 본가에서

 

마당 한켠에 핀 목단

 

나는 꽃에 관심이 없고, 명칭도 종류도 잘 모른다. 이런 내게 봄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께선 관00에 위치한 화원 단지로 꽃구경을 가자 하신다. 어머니는 꽃을 잘 알고 또 정말 좋아하신다. 나는 숲속의 풀과 나무 내음을 좋아하는데, 하우스에서 맡을 수 있는 달근한 흙과 풀냄새도 좋아하는 편이라 기사를 겸해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대체로 어머니께서 방문하시는 곳은 큰 도로변에 위치한 커다란 온실 하우스 단지로 바깥에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를 펼쳐놓고 판매하는 곳인데, 화원 위로 고가도로가 있고 도로 바로 옆이라 바람이 제법 찬 곳이다. 어머니께서 봄날 싸르르한 바람을 맞으며 꽃을 고르실 동안, 나는 찬기운을 피해 온실 안으로 들어와 화초 구경을 한다. 

 

방문 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봐도봐도 명칭은 생소할 뿐이다. 관심이 없으니 익숙해질수가 없다. 코로 온실 향을 맡으며 몸이 온기로 차오를 즈음,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가면 이것저것 골라 놓고 내게 "어떤게 낫니?"하고 물으시는데... 솔직히 '소인 안목이 부족하여 무엇이 나은지 모르겠습니다.'가 돼 버린다. 뭔가를 집어내며 "이것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 드리면, 마음에 안드신지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신다. '그럴 줄 알았어요.'

 

여차저차 구매를 마친뒤, 집에 도착하면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혼잣 말씀을 듣게끔 얘기하신다. 옆에 서서 "아~ 여기가 좋겠어요. 다른 것들과도 잘 어울리겠는데요." 하며 맞장구치며 놀아드리면 흥이 나 말수가 많아져 소녀같이 되신다.

 

이렇게 해서 당신이 기쁘다면야, 기꺼이~ 언제라도!!